시인 한 분을 소개합니다.
다카 목장의 모경희 자매님이 부산문화재단에서 주최한 응모전에 당선되어서 재단의 지원을 받아 ‘심장이 먼저 아는 엄마의 안부’ (이바구 출판사) 시조집이 출판되었습니다. 시조집에 수록된 시 중에서 두 편을 골랐습니다. 시 속에 스며있는 시인의 마음과 감성을 함께 느껴보시기를 바랍니다.
<엄마의 필사 노트>
고요한 밤 책상 조명 아래
눈물 섞인 글씨 줄이
희미해져 가는 얼굴선
윤곽을 드러낸다.
노트의
빈칸 채우면
떠난 남편 보내게 하소서
노트에 번진 자국
이별 그림자 묻어 있어
잊겠다 한 다짐에도
글자마다 뒤척인다.
눌러쓴
사랑했노라
볼펜심 압력만큼 진하다.
안방 빛으로 머문 당신
주방 바람으로 스친 당신
주님 품에 안긴 당신
빛과 바람으로 닿을 곳
글 한 획
넘길 때마다
천국의 호흡 내려온다.
<싸리나무 울타리>
가난한 집주인을 떠나보낸 자리
진흙땅 부여잡고 서 있는 고집
듬성듬성 틈새로 들어오는 바람에 흔들리며
울타리에 기대어 피어난 들꽃 무리
벽돌과 시멘트로 쌓아 올린 견고한 담은 보여주지 않는
녹슨 주전자에 배인 사연마저 노랗게 채색하는
봄 햇살 온기가 동그랗게 피어오른 한 뼘 마당
얼기설기 모여 주인 몫의 땅을 지키는
마른 용병 싸리나무 울타리
서로를 은근히 바라볼 수 있어도 침범할 수 없는
현명한 지혜자의 표식 같아
틈새로 보이는 앞집 안방 불빛이 춤을 추면
가깝지도 않고 멀지도 않게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는
눈물과 웃음의 순환
을사년
적벽돌 담장
허물고 세운 틈새 바람 길
